여러모로 심난했었다.
비도 많이 왔고, 날씨는 지나치게 뜨겁고 후덥지근했고, 골치도 아팠고, 이래저래 일도 안풀리고, 걱정도 갑자기 많아졌고, 살도 많이 빠졌고, 자신감도 꽤 바닥을 쳤었다. 원래 그닥 감정기복이 없는 편이었는데 지난 한달은 좀 고달펐었다. 굳이 이유를 따지고 들자면 별 시덥잖은 것도 이유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냥 좀 우울했었나보다. 나름 마인드 컨트롤을 잘한다 생각했었기 때문에 계속 추스릴려고 많이 으쌰으쌰도 해보고 마음도 다잡아보고 그랬는데 이번엔 시련(?)의 깊이가 꽤 깊었었던지 돌아서면 다시 추욱 늘어지면서 힘도 빠지고 영 시원치않았다. 책상에 있던 화분의 식물 6개중에 4개가 시들어 죽어버렸는데도 죽어버린 화분을 치워버리려는 기력도 생기지않아 2주동안 말라버린 화분과 내내 비오는 날씨를 보고있자니 어줍잖은 인생무상도 느껴보고 유치한 자기학대도 해봤지만 그러고 구구절절 청승맞게 있어봤자 나오는것도 없고 정신건강에도
별로고 딱히 먹고 싶은것도 없으면서 배만 고팠다;;
남은 화분 두개라도 잘 보살펴야겠다. 괜히 나 죽겠다고 죄없는 식물만 죽여버린거같아 좀 미안하고 그렇다. 아, 다시 화분 몇 개 다시 사야겠다. 인생 얼마나 살아봤다고 세상 온갖 근심은 혼자 다 떠안은 것처럼 청승떠는것도 우리집 노인네들 보기 뭐해서 관두기로 했다. 밥도 많이 먹고 미련한 돼지가 되던 말던 살부터 찌우고 새로운 음악도 많이 들어보고 그냥 지금까지 나 살던대로 살아야겠다. 내가 집이 없냐, 먹을 밥이 없냐, 가족이 없냐, 친구가 없냐, 컴퓨터가 없냐, 핸드폰이 없냐, 책이 없냐, 테레비가 없냐- 단지 돈이랑 사회적 지위만 없을뿐인데. 그건 뭐 앞으로 생길수도 있는건데 지금 당장 없다고 앞으로도 다신 없을 것처럼 ㅄ같이 사는것도 찌질하고. 내가 뭐 커다란 부귀영화를 바라는것도 아니고 떡볶이랑 오뎅이랑 비빔밥 순대볶음같은거 먹으면서 순박하게 밑도끝도 없는 충만한 자신감만으로 살고 싶을뿐.